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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변호인' 속 선악의 위치, 법과 정의의 괴리, 양심의 힘

by 조알남 2025. 10. 17.

영화 포스터
영화 '변호인' 포스터

 

영화 '변호인'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가 아닌, 우리 사회의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법과 양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송우석이 겪는 내적 갈등과 그의 선택을 통해 우리는 현실 사회에서 '선악'이란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그 경계가 모호한지를 느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변호인'을 중심으로 이념, 법, 양심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선악의 구도를 탐구해본다.

이념의 충돌 속 선악의 위치

'변호인'의 배경은 1980년대 초, 군사정권의 억압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이 시기의 한국 사회는 '이념'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했으며, 그들의 기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영화에서 대학생 진우가 체포되는 이유는 단지 '의심되는' 서적을 읽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이념이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실제로는 선한 의도를 가진 시민들도 악으로 몰릴 수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 송우석 역시 초반에는 현실과 타협하며 세금을 통해 성공한 변호사였지만, 친구의 아들이 부당하게 체포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면의 변화가 시작된다. 그는 법적 논리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올바름'과 '양심'을 따르게 되며, 결국 체제에 저항하는 쪽에 서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이념이 선악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오히려 권력의 도구로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은 항상 선한가? 법과 정의의 괴리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법이 사람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억압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영장 없이 불법 체포를 하고, 검찰은 증거 없이 기소하며, 판사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판결을 내린다. 이는 법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대중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송우석은 법조인으로서 ‘법’의 한계를 절감하고, 변호사로서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움을 선택한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가 권력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법이 본래 가져야 할 역할, 즉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법’이라는 제도가 언제든지 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법이 곧 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법조인의 윤리적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양심이라는 마지막 선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결국 ‘양심’의 힘으로 귀결된다. 송우석은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족, 친구, 사회적 지위 등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이는 '양심'이야말로 인간이 선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기준임을 상징한다. 영화 속 다른 인물들과의 대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검사, 판사, 심지어 동료 변호사들도 체제에 순응하며 침묵하거나 동조한다. 하지만 송우석은 자신만의 윤리 기준을 따라 행동하며, 결국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다. 이러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거대한 시스템과 권력 앞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선’의 행동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변호인’은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닌, 우리 사회와 개인의 윤리에 대해 깊은 성찰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념에 휘둘리는 사회, 정의롭지 못한 법,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양심의 목소리를 통해 선악의 복잡한 구도를 그린다. 영화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대를 읽고, 오늘의 현실을 성찰할 수 있다. 지금, '변호인'을 다시 만나보며 당신의 양심은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