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개봉한 영화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리얼타임 전쟁 영화로,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영화 팬들과 전문가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원테이크' 방식으로 촬영된 듯한 독특한 연출,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철저하게 계산된 미장센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영화 그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1917’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중심으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의 충격
‘1917’이 화제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화 전편이 '원테이크(One-Take)'처럼 보이도록 촬영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객이 마치 주인공과 함께 실시간으로 전장을 걷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편집 없이 한 번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장면이 정교하게 이어 붙여져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된 연출 기법입니다. 샘 멘데스 감독과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는 철저한 사전 계획과 리허설을 통해 시간, 공간, 조명, 카메라 동선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촬영을 구현했습니다. 원테이크 방식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관객에게 '실시간 체험'이라는 극대화된 몰입을 제공합니다.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전장을 누비는 주인공의 긴박감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죠. 이 촬영 기법은 단지 시도 자체로도 놀랍지만, 이를 통해 전달하는 감정과 리듬, 서사의 흐름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영화인들이 '1917'을 기술적 교본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야기 구조
‘1917’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두 영국 병사가 최전선에 있는 아군 부대에 공격 중지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이를 위해 적진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영화 전체를 통해 엄청난 긴장감과 감정적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복잡한 플롯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방식은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몰입과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야기의 강점은 ‘리얼타임’ 전개에 있습니다. 시간이 실제처럼 흘러가며, 관객은 주인공의 시선에서 전장을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중간중간 만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극적 반전을 주거나 서사의 깊이를 더하며, 전쟁의 비극과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형에게 전갈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사의 여정은 개인의 희생과 인간애를 상기시키며, 관객의 감정을 크게 자극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에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구상했으며, 이 점은 영화에 진정성과 생생한 감동을 더합니다. 짧고 강렬한 이야기 속에서도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동시에 담아낸 이 작품은 극한 상황 속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미장센과 디테일로 완성한 예술
1917은 단지 스토리와 연출뿐 아니라 미장센(mise-en-scène) 측면에서도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색감, 조명, 세트, 소품 등은 전쟁터의 참혹함과 현실성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야외에서 촬영되었으며, 실제 시간대에 맞춰 촬영되어 조명 또한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이는 리얼리즘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야간 장면에서는 신호탄과 불꽃이 유일한 광원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극적인 대비와 감정적 충격을 극대화합니다. 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트렌치, 무너진 건물, 피폐한 자연환경은 디테일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또한 인물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계산된 연출이 적용되어, 시각적 메시지와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의상, 분장, 더러움과 상처까지도 실제 전쟁터에서 촬영한 듯한 정밀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관객에게 전쟁의 공포를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전체적인 영상미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며,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영화로서의 예술적 가치를 더해줍니다.
‘1917’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닙니다. 놀라운 촬영 기술, 강렬한 스토리텔링, 예술적 영상미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현대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특수 효과나 스케일이 아닌, 관객을 ‘경험’하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